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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그린 '숲'
<기억의 숲> 2017 홍진희 개인전 본문
■홍진희 개인전■
2017.11.2.(목) - 11.16(목)
갤러리 가비(gallery gabi)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69. 2층
기억의 숲
봄날, 꽃들이 울부짖었다.
대통령 탄핵과 세월호 진상 규명으로 꽃들이 파르르 떨었다.
전시회를 위해 작업을 하는 내내 내 손이 떨렸다.
세월호,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세월호 피해 학생의 엄마라면 난 과연 지금 어떨까.
제대로 살아갈 수는 있을까, 숨 쉴 수 있을까.
진도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기억의 숲이 있다.
기억의 숲에는 은행나무 304그루가 심어져 있다.
희생자 304명이 은행나무로 살아나, 푸른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함께 상처를 어루만질 때, 같이 울어주고 그리워할 때
작은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위로가 살아갈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상처받은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는 꽃들의 울부짖음을 손끝에 담았다.
기억하고 또 기억하기 위해 내 그림 숲에 나무를 심었다.
못다 핀 채 떠난 304명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내 그림 숲에 꽃을 피웠다.
작품을 하는 동안 내 가슴은 더 먹먹했고, 나는 많이 울었다.
나의 아픔이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꽃들이 더 이상 울부짖지 않는 봄, 그런 세상을 꿈꾸며.
2017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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