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그린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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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위민넷(www.women.go.kr) /위민리포트 /2011.09.30

yarn artist 2011. 10. 1. 13:51

 

어느해, 친정집에서 엄마에게 손뜨개 실 한세트를 받았다.


뿌리치고 그냥 올수도 있었지만 자식 생각하는 그 마음 알기에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집에 와서 찬찬히 보니 상당히 고급 실이었다. 그냥 두기는 뭐했고 버리자니 너무도 아까웠다.


생각 끝에 다락에 쳐 박아둔 붓과 캔버스를 다시 꺼내들었다.


언제가부터 생각해 왔지만 힘들어서 감히 시도치 못한 작업을 해 보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라면서 꼬박 일주일 동안 밥도 거르면서 작업에 매진하였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실아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을 보니 과연 이게 사람이 할수 있는 작업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술계에서는 하나같이 미쳤다라는 표현으로 찬사를 대신했다. 그만큼 엄두가 않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있게 말한다. “누구든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고. 앞으로도 없다면 그녀는 세계 유일의 실아트 작가가 되는 셈이다.


그녀의 전시를 찾은 갤러리들의 화두는 단연 작품 하나에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라고 한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작품 구매 의사를 타진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워낙 작품수가 적어 다음 전시에 차질이 있을까? 하여 2작품 이상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전략적이 아닌 작가 생명과 생존에 관한 문제인데도 한동안 많은 분들의 오해로 굉장히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보여 줄수 있는건 열정과 노력뿐.


전업주부였던 그녀의 변신은 2008년 예술의 전당(이하예당) 작가반 모집으로 시작되었다.


1년 과정으로 수료와 동시에 예당에서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지망생들이 모여 들었다.


예당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것. 웬만한 명성으로는 엄두도 못낸다는 것을 알기에 열기는 가히 폭발적.


어렵사리 100명이 추려졌다. “상당수가 이미 사회적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라 생각보다 공부가 쉬울것이라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그녀는 예당이 얼마나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갈수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반수 이상 포기했고 8개월째 부터는 10명만 전시를 할수 있다며 경쟁을 유도하더란다. 그때 인원은 약 30. 하나같이 지금 우리가 여기서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을 할만큼 처절(?)한 과정이었다. 남은 인원들은 현직 작가들이 대부분. 하물며 그녀처럼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은 오죽 하였겠는가? 일부는 중고생이나 겪는 혹독한 과정에 모멸감까지 느낄 정도였다고. 그런데 그때마다 예당 큐레이터는 귀신같이 나타나서 사태를 수습하면서 격려를 하였다. 결국 인원은 20명으로 줄었다.


 


이때부터 큐레이터는 작품 주제와 기획을 주문하였고 그녀는 실을 선택했다. 기획서를 본 큐레이터는 경쟁력이 없다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것을 권유했다고. 다른 사람 10작품 할때 겨우 두세 작품으로 어떻게 하려고 해요?”


하지만 판단은 본인의 몫이라며 마지막 공지를 하였다.


여러분들 중에 10분만 자격이 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예당 관계자들이 아닙니다.”


 


같은 경쟁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가 공력이 무한대로 들어가는 실을 선택한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이었지만 주변 시선은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차별에 초점을 둔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들 전문 작가 출신들이라 애시당초 경쟁은 무의미 했고 할수 있는것은 무한도전의 열정과 노력밖에 없었다고.


하루의 대부분을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작업에 매진 했습니다.”


심사당일 작품을 본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무한 도전에 경이롭다는 표현을 하였다. 무리수(?)를 둔 그녀는
당당히 10인이 되었고 예당에서 작품전시의 기회도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인과  함께


<지인과 함께> 


 


 


또 하나의 기적.


얼마전엔 국민은행 pb센터에서 초대전도 했다. 이곳 역시 예당 못지 않은 명예의 전당이기에 은행에 예치금이 얼마냐면서시기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녀의 무한 도전의 결과물이었다. 시작은 사소했다. 2010년 집 근처 은행에서 vip대상으로 발행한 잡지를 통해 중견 작가 전시를 후원하는 초대전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 것. 그녀는 바로 작품을 가지고 pb센터방문을 하였지만 담당자는 생뚱맞게 잡지를 접하게 된 경위만 묻더란다. 그녀는 작품을 보이고 돌아왔지만 기대를 할 수는 없었다고. 그렇게 해가 넘어 어느날 전시를 지원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기대조차 없었기에 사정을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서 무한도전의 흔적을 함께 보았다면서 년중 스케줄이 잡혀있기에 전시가 교체되는 한달을 할애하기로 했는데 괜찮겠느냐고 하더군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진정한 노력은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다라고.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이제 그녀는 명실공히 작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작가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예당에서 두 번씩이나 전시를 했고 또한 재력과 실력이 없으면 할수 없다는 pb센터 초대전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노력의 댓가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녀는 요즘 일주일을 쪼개 쓰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은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한다. 남편이 알만한 팀의 스포츠 감독으로 그리 적지 않은 급여가 손에 쥐어지는데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아름다운 가게 압구정점에서 자원봉사도 한다. 횟수로 5년째라고.
가진 재주가 없으니 꾸준함과 노력으로 극복하는 중이라 애기하는 그녀. 가슴으로의 소통이 참으로 즐겁다면서 앞으로의 도전도 지켜봐 달라고 한다. 그녀의 무한 도전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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