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임준선 |
평소 뜨개질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친정어머니가 알록달록 실타래를 내밀었다. 그날 따라 실의 색감이 유난히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색감을 살려 무엇인가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주일 만에 처녀작 <소나무처럼>이 태어났다. “당시, 반 미쳐서 한 것이라 지금 보아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라는 것이 홍진희 작가의 말이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수채화에 매진했던 홍작가가 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우연이었다. 홍작가는 “수채화로는 내가 가진 느낌을 고스란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내 그림의 개성을 찾고 싶었던 시기에 실을 제대로 만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응은 ‘신선하다’였다. 2009년 첫 개인전 이후에는 “면을 이루어야 하는 실의 기능을 벗어버리고 선 자체에 주목한, 원초적인 작품이다”라는 평이 붙었다. 표현 매체로서 실의 장점은 양감과 질감이다. 입체감 때문에 보는 거리에 따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실은 만지작거릴 수 있어 흘러가는 느낌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다”라는 홍작가는 “밀가루로 풀을 쑤어 실을 붙이고, 늘 쪼그리고 엎드려 작업하느라 노동 강도는 훨씬 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한 해에 낳는 작품은 10편이 채 되지 못한다.
홍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숲을 향한다. 그녀는 “평소 요가와 산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연의 치유력을 담고 싶었다. 앞으로 세월의 풍파대로 휘어지고 비틀어지며 살아온 소나무를 실로 그려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홍작가는 6월1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작가반’ 출신들과 함께 공동 전시회 <행복한 畵요일>을 연다.